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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훈계

다섯 살 넷째 딸은 언니 오빠에 비해 버릇이 없는 편이다.
아빠가 물어도 자기 기분 따라 대답을 안하기도 하고, 종종 반말로 아빠 엄마에게 말한다.

아이를 낳을수록 점점 더 예뻐 보여서, 내가 훈계를 제대로 안한 탓인 것 같다.

오늘은 막내가 초콜릿을 달라고 떼를 부리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넷째도 초콜릿을 달라고 요구했다.

막내는 초콜릿을 이미 먹었으므로 주지 않고 있는데, 넷째에게 줄 수는 없었다. 넷째는 토라지더니 내 손을 탁 쳤다. 살짝 쳤으나 부모를 친 것은 분명했다.

나는 아이를 타일렀다.
“얘야~ 기분 나쁘다고 아빠를 치면 안된다. 알겠느냐?”
“...”
아이는 인상을 쓴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치면 안 된다?”
“...”
여전히 아이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넷째는 이전에도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아빠를 치면 안 된다. 알겠느냐?”
“...”
아이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매를 들기로 마음을 먹고 일어섰다.
눈치를 챈 아이가 ‘네!’하고 급히 대답했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의적으로 부모를 치고도 뉘우치지 않았으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나는 침착한 마음으로 아이를 들어서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아이는 사태를 파악하자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마구 울기 시작했다.
매를 준비하고 훈계를 하려는데,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렸다.

엄마를 피난처 삼으면 훈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는 엄마 곁에 붙어 있으려고 했고, 엄마는 딱했는지 자리를 차마 뜨지 못했다. 옆에서 막내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크게 뉘우치고 있었으므로 매를 들지는 않기로 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했다.
“너는 무슨 잘못을 했느냐?”
“아빠를 때렸어요....”

하나님께서는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고 하셨다. 네가 아빠 엄마를 공경해야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는 거야. 이번엔 매를 들지 않겠다. 다시는 아빠 엄마를 치지 마라. 또한 아빠 엄마한테 반말하지 말고 존댓말을 사용해라. 아빠 엄마는 너를 사랑하지만 네 친구는 아니야. 알겠느냐?”
“네...”

한참을 서럽게 울더니 아빠 품에서 아이는 잠잠해졌다. 징계 회복 절차에 따라 아이는 아빠에게 용서 받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 시간 쯤 후에 아이는 아빠에게 생긋 웃었다.

부디 주께서 지혜를 주셔서 넷째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다시 같은 잘못을 범한다면 그 때는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