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점박이2 시사회에 당첨되어 두 아이를 데리고 용산으로 출발했다.
아이들은 영화 관람에 신이 났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교통편은 지하철을 이용했다.
두 아이가 요금을 결제하더니, 교통카드 잔액이 13000원, 14000원 남았다고 좋아했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 입구에서 첫째 아이가 주머니를 여기저기 뒤졌다.
“교통카드를 잃어버렸어요....”
어쩔수 없이 일회용 이용권을 끊어서 지하철을 탔다.
부모로서 무엇을 할까?
실수로 잃어버렸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물건을 간수하는 교훈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교통카드에 얼마가 남아 있었지?”
아이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만4천원 정도요...”
둘째가 말했다.
“교통카드를 사려면 5천원이 들어요.”
“14000원에 5000원을 더하면 19000원이네... 네가 교통카드를 잃어버렸으니 너도 책임을 져야 한다. 9천원은 빼고 만원만 네 용돈으로 갚아라.”
아이가 울상이 됐다.
귀갓길은 출발할 때와 달리 침울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속상하지? 살다보면 물건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아이에겐 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한 마디 했다.
“거 보세요. 아이들이 잃어버릴 수 있으니 5천원 정도만 충전해야 한다고 제가 말했잖아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자기 돈에서 2천원을 누나에게 주었다. 자기에게 남은 돈은 100원 밖에 남지 않았으니 모두 준 것이다.
나는 아이를 불러 칭찬했다.
“누나를 생각해서 2천원이나 주다니 참 잘했구나...”
엄마도 둘째의 행동이 대견스러웠는지 이렇게 말했다.
“좋아, 엄마도 누나에게 2천원을 줄게.”
첫째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제 갚을 돈은 6천원인데, 첫째의 비상금 2천원을 더하니, 4천원만 갚으면 된다.
아빠로서 그냥 탕감해주고 싶었지만 아이를 위해 꾹 참았다.
이번 기회에 아이가 자기 소지품을 간수하는 교훈을 깨우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