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운 아이 하나가 슬피 울었다.
아내가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쉽게 입을 열지
않다가 말했다.
“아빠 때문에요... 오빠 때문에요...”
내 얘기가 나와서 귀가 번쩍 뜨였다.
‘무엇 때문이지? 내가 아이에게 무슨 잘못을 했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의 설득으로 사연을 말했다.
오빠가 자기에게 화를 낸 일과 아빠에게 혼난 것 때문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성경대화 시간에 아이가 자기 성경책 뿐 아니라 오빠를 위해 오빠의 성경책을 가져 왔다. 나름 오빠를 배려한 셈이다.
하지만 오빠는 자기 성경책을 찾느라 고생했고, 뒤늦게 온 오빠는 자기 성경책을 마음대로 가져왔다고 동생에게 화를 냈다.
동생도 화가 나서 나쁜 말을 했다.
나는 아이의 나쁜 말만 들었기에, 아이를 책망했고, 그 때문에 아이는 속이 상한 것이다.
부모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아빠 때문에 슬프고 속상하니 아이의 감정을 풀어줘야 했다.
“아빠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구나. 네가 오빠를 생각해서 성경책을 가져왔는데, 오빠는 화만 내서 속상했어. 그런데 아빠가 오빠는 놔두고 너만 혼을 내서 슬프고 몹시 마음이 상했구나...”
아이가 눈물을 주룩 흘렸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아준 채 아이의 감정이 가라앉기를 한동안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때로는 오래 걸리기도 한다.
감정을 추스른 후엔 잘못을 바로잡아야했다. 화가 났다고 오빠에게 나쁜 말을 한 것은 아이의 잘못이니까.
“네가 화가 나서 오빠한테 한 말은 올바른 말일까?”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오빠한테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
“모르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어떨까? ‘오빠, 내가 오빠 생각해서 성경책을 가져왔는데 화부터 내니 나도 화가 나서 속상해!’라고 말이야.
화가 나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지 말고, 네 마음을 상대에게 얘기하렴. 물론 아빠도 내 감정을 얘기하지 못할 때가 자주 있어. 하지만 자기의 화난 감정을 그대로 얘기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란다.”
가르침을 준 뒤, 나는 아이에게 용서를 구했다.
“아빠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를 혼낸 것 미안하다. 용서해 주겠니?”
아이가 ‘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용서해 주겠니?”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용서하니 참 훌륭하구나!”
나는 아이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해주었고, 안아준 뒤 잠자리까지 데려가, 뺨에 뽀뽀를 해줬다. 웅크리고 누웠던 아이가 다리를 쭉 펴고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상한 마음이 잘 해결되니 감사하다.
이렇게 또 하루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