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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문

“돈 벌 수단을 더 마련해 주세요.”
아이가 돈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우리 가정에서는 돈을 그냥 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돈을 스스로 벌어야 한다. 우리 가정에서 아이들의 돈벌이 수단은 빨래 개기, 구두 닦기, 동생 책 읽어주기이다.

돈벌이 수단으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는 중, 이전에 아이가 자발적으로 가족신문을 만들었던 일이 생각났다. 당시 나는 아이를 격려하기 위해 격려금을 주었다.

아이의 가족 신문은 몇 회만에 중단됐는데, 그 원인은 기삿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데 있었다. 홈스쿨링으로 24시간 함께 지내는 상황에서 신선한 기사를 쓰기란 어려웠다.

이번엔 좀 더 쉬운 방법을 떠올렸다. 소설을 연재하는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에서 스토리가 이어지도록 글을 발췌해서 쓰면 된다.

구독자는 아빠와 엄마이고, 한 부당 200원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정기구독을 제안해서 3개월에 1만원으로 합의도 봤고 계약서도 썼다.

이렇게 해서 ‘소설 신문’이 창간됐다. 한 아이가 시작하자, 글을 쓸 줄 아는 다른 두 아이도 각각 신문을 만들었다.

연재할 소설은 아이가 선택했다. 세 가지 소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쥘 베른을 좋아하는 아이는 ‘해저2만리’, 두 딸아이는 각각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팡’과 ‘초원의 집’이다. 마침 집에 놀러오신 할머니가 한 부에 1000원씩 주시니 아이들이 신바람이 났다. 돈을 벌기 위해 틈만 나면 열심히 쓴다.

요즘은 신문 구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일 아침이면, 아이들이 한 부씩 각기 다른 소설신문을 건넨다. 연속극처럼 결정적 순간에 소설이 끝나니 다음 내용이 무엇인지 흥미를 일으킨다. 게다가 아이들이 소설을 베껴 쓰며 글쓰기 공부도 하는 셈이니 일거양득이다.